때론 특별히 마음가는 사람이 있다.
난 그녀를 첫 직장에서 만났다. 그녀는 남들보다 일찍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고, 내 주변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들고 사회에 나오지도 못했다.
나는 우선 언니가 선이 곱고 예뻐서 좋았다. 금요일 캐쥬얼을 입어도 되는 날, 언니는 청바지를 입고도 어찌나 여성스럽고 단정한지, 보고 있으면 흐뭇했다. (내 안에 남자가 있나봐요….) 나는 신입사원 때부터 부장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쓸데없이 무거웠던 반면, 언니는 별명이 ‘징징이’일 정도로 늘 어리광과 애교가 있었다.
나는 금새 회사를 옮겼고, 우리는 일 년에 한 두 번쯤 얼굴 보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두 계절에 한 번 만나 모시는 상사 욕을 하기도 하고, 답 안나오는 연애 상담을 하기도 했다. 언니는 부족한 공부도 더 하고, 일에서도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다. 계획은 실행되었고, 새벽 5시면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하면 밥 못 먹고 학교로 뛰어가 수업을 듣는 날이 계속되었다. 학기 중엔 어찌나 징징거리는지 들어주기가 딱했다. 때론 신촌 가까이 사는 내게, 너 집이면 나랑 저녁 좀 같이 먹어달라고 맥빠진 목소리로 전화를 하곤 했고.
이제 논문만 남았단다. 봄이면 결혼 한단다. 형부 되실 분에 대해 들으니 언니를 따라다녔던 딴 남자들보다 착하고 반듯하고 믿음직스럽다. 공부 좀 하더니 남자 보는 눈도 생겼구나(!)
나는 세상 성공했다는 어떤 사람들보다, 언니가 존경스럽다.
언니가 견뎠을 시간 앞에서 나는 맨날 일부러 쌀쌀맞게, 그만 좀 징징거리고 그 상황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은 뭐였냐고 물어댔지만, 사실 무척 힘들었을 거 안다. 언니가 초라해졌을 상황과, 떨려도 꿈꾸는 표정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을 짐작해본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 따뜻하고 뭉클하다.
오늘 들려 준 언니의 새로운 계획을 축복하며. 자신없다고 징징거리면서도 결국 다 해낼 거 아니까, 올해부턴 나한텐 징징거리기 예고편만 하고, 본방송은 이제 형부되실 분한테 합시다. 다시 한 번, 난 참 언니가 대견하고 기특하고 존경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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